회사 짐을 챙겨서 나오다 & 社友送歌

[생각하고 느낀것들]
어제가 출근 마지막 날이었다. 짐이 많아 차로 옮겨야해서 어제 짐을 못빼고 오늘 노동절로 쉬는 날이라 사람도 없고 해서 낮에 잠시 사무실에 나가서 짐을 챙겨왔다.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버릴거 버리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다 정리하고 난 뒤 모니터, 전화기, 빈 책꽂이만 덩그라니 남아있는 사무실 책상을 한 컷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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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을 근무한 직장인데 짐 정리하면서 그간의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올리다보니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간 거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즐겁게 생활했지만, 내가 맡았던 일들을 더 열과 성을 다해 잘할 걸 그리고 사람들과 더 잘 지낼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거 같아 아쉬움이 좀 남기는 한다.

사무실에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분이 있었는데, 사내 자유게시판에 익명으로 "社友送歌"라는 글을 남겨주셨다.

社友送歌

인상부터 보니,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가까워질 필요도, 멀리할 필요도 없는 듯,
그냥 '한 팀원'쯤으로만 생각하여 보내다가,
선뜻, 쉽게 말할 수 없던, 이야기를 자연스레 담배 꺼내어 물 듯, 나누던 중에
어느틈에 형제보다도 가까운, 사는 이야기를 하는 친분이 생겼구랴.

이젠 허물어진 '미인'을 회사만큼이나 자주 들락거리며,
함께 세상사는 이야기를 한, 시간이 너무 많았던 탓인지,
잠시 후 부터는 벙어리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라는 멍청한 생각도 살짝.
지난 수개월도 비스무레 하긴 했었으나, 이젠 진짜 '언니'로 살아가야 할 것 같은 생각도 살짝.

어떤 분은..
'두 사람, 절대 친할 수 없어 보이는 스타일인데, 친하단 말이에요?'라며
의아해 하는 뚱한 얼굴이 기억나오만,
오히려, 다른 스타일이라서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회상해보오.
나가면, 호형호제를 할지, 함께 늙어가는 처지라며, 친구먹을지 아직 모르겠지만,
앞서 나간 동료를 ㅡ 거나하게 취기가 돌지 않는 한, ㅡ 'OO야'라고 말이 잘 떨어지지 않는 본인의 심성을 보건데 '그랬어요, 저랬어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댁의 생각은 어떻소.

잠자고, 오고가는 시간을 빼면,
하루의 대부분을 같은 공간, 같은 팀에서 부대끼고 마주하고, 낄낄대는 바람에
아쉬움이 묻어나는 몇 자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을 양해해 주오.
오늘 지나면, 그 자리는 휴가간듯 빌테지만,
남아있는 우리들 마음의 자리까지는 빌 염려는 없으니, 쓸데없는 걱정은 마시구랴.
지나다가, 그리고, 일부러 회사근처랍시고 '술 한 잔 하시지요'라면,
일에 치이고 피곤해도 버선발로 나올테니, 당신은 참 행운아인듯 하오.

함께 일하는 동안 즐거웠소.
앞으로도 그러하길.

최차장님이라고 회사 일뿐 아니라 세상 사는 이야기까지 정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면서 편하게 지냈고 워낙 내게 잘해주셨던 분이라, 나 역시 날마다 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 하다가 당장 내일부터 한 번 얼굴 보려면 맘 먹고 찾아가거나 약속해서 봐야 한다 생각하니 선뜻 적응이 안될거 같기도 하다.

회사 앞에 미인이라고 선술집 비슷해 간단하게 한 잔씩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건물이 철거되며 우리 아지트(?)도 사라졌고, 아이가 생기면서 바빠지신터라 요 근래 2달은 같이 제대로 술 한잔 해보지 못한거 같아 더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차장님뿐 아니라 그동안 나와 함께 일하며 여러가지로 도움 많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08/04/29 - [자유인되기PJT 소개] - 자유인되기 PJT 시작 - 어느날 문득 내게 지름신이 날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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