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은 때로 너무 강해, 모든 것을 바꿔 놓기도 한다.

[간 곳과 만난 사람들/만난 사람들]
세월의 흐름은 때로 너무 강해, 모든 것을 바꿔 놓기도 한다. 부모님 집에서 얼마간 쉬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대학 때 친하게 지냈던 세영씨를 만나기 위해 전주에 들렸다.

원래 공대생이었던 세영씨는 국문학과로 중간에 전과를 해왔다. 군 제대후 여자들만 득실거리는 우리과에서 남자가 별로 있지도 않은데다 연배도 비슷하고 관심사나 생각도 비슷해 금방 친해졌다. 학교 교정에서 술도 먹고, 세영씨 오토바이 타고 바람 쐬러 여기 저기도 가고, 서로 쓴 글들을 바꿔서 보기도 하고 제대후의 시간들을 세영씨와 꽤 보낸 편이었다. 

졸업 후 나는 일반적인 회사원으로 취업을 했고, 세영씨는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대학원과 함께 학원강사도 하면서 생활한다고 소식을 듣다가 소식이 끊어졌다. 아주 오래전에 세영씨가 서울에 차를 가지고 한 번 올라와 우리집에서 잠도 자고 술 한 번 한적이 있는데 그게 2002년인가 2003년이니 꽤 오래전의 일이다. 그게 세영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다.

세영씨는 지금 익산에 있는 고등학교의 국어선생님이다. 전화기 바꾸면서 전화번호도 잊어버렸는데 구글에서 용케 검색을 통해 어디 학교에 근무하는지 알아내고,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핸드폰 번호를 받아서 간신히 연락을 할 수 있었다.

5월 18일 일요일, 근 7-8년만에 만난 세영씨는 결혼을 했고 아들 하나, 딸 하나 이렇게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물론 나 역시 결혼을 했고 한 아이의 아빠이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세영씨와 내게 참 많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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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세영씨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다, 와이프님과 함께 한 컷....]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가버렸다. 비도 오기 시작했고 서울까지 혼자 운전을 해서 가야하는 터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2-3시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세영씨는 20대 중반 젊은 한 때를 비슷한 생각과 고민들로 함께 했던 친구다. 그 시절이 어제처럼 눈에 선한데 그사이 삶의 길을 많이 건너 뛰어 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다. 뭐가 그렇게 바쁘고 살기 빡빡하다고 연락도 제대로 못하고 지냈을까...? 나와 젊은 한 시절을 외롭지 않게 함께 해 준 세영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 언제 시간내서 전주에 가 그때는 하루밤 머물면서 세영씨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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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는 길은 엄청난 비로 거의 앞을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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