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진을 사다

[하고 싶은 것과 한 것들/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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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 한 번 화이트진을 사서 입은 적이 있다. 옷을 입다보면 유독 마음에 들어 자주 입게 되는 옷이 있는데 그 화이트진이 그러했다. 왠지 화이트진을 입으면 내 기분이 산뜻해지는거 같아 봄/여름에 즐겨 입었었다. 너무 자주 오래입다보니 옷이 수명이 다해 좀 망가져서는 무릅 아래를 잘라내고 반바지로 개조(?)해서 입었을 정도로 꽤 좋아했던 옷이었다.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복장을 정장으로 갖춰입어야 하는 딱딱한 직장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화이트진을 입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9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얀색 면바지도 1-2번 사긴 했는데 그건 주로 주말용 옷이었고 또 화이트진과는 전혀 다른 옷이었다. 이번에 자유인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침 봄과 여름이 있으니 학생이었을때처럼 꼭 화이트진을 입고 다니고 싶었다.

아울러 대학때 딱 한 번 가볍게 머리에 웨이브를 준 적이 있는데 그것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웨이브 주려고 벌써 몇개월 동안 머리를 길러 와서 뒷머리카락이 목을 덮고 양쪽 귀는 머리칼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제법 길었다. 나이들어 무슨 주책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화이트진이 입고 싶고 머리에 웨이브를 주어 보고 싶을 뿐이다.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아무리 꾸며도 멋있어보이기 힘든 외모라...^^;) , 직장인이라는 이름때문에 쉽게 해보지 못했던걸 해보면서 내 자신에 변화를 주어보고 싶은 마음때문인 것 같다.

얼마전 유니클로 강남역점에 가서 화이트진을 하나 골랐다. 다행히 피팅감도 좋고 디자인도 깔끔하고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다 화이트진에 잘 어울릴거 같아 닥터마틴 갈색 구두를 하나 구입했다.(특가로 세일하는 제품이 있어서 지름신이 발동...ㅜ.ㅜ) 신발이 상당히 캐주얼틱해서 일반 청바지에도 잘 어울릴거 같다.

두가지 아이템을 구입하는데 11만원 가까이 들었는데 와이프도 이뻐 보인다하고 나도 마음에 들어 참 좋다. 물론 화이트진을 입었다고 해서 내가 다시 학생때처럼 젊어진다거나 멋져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화이트진 하나로 기분이 새로워지고 즐거워진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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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되기 PJT 첫째날 하루 정리, 느낌 그리고 다짐

[생각하고 느낀것들]
1. 5월 2일의 하루 정리

7:40   일어남
8:15   와이프 출근 편하도록 버스정류장까지 운전해줌
9:10   KT플라자 신사점 방문 와이브로 서비스 신청
10:00 압구정CGV 아이언맨 봄
12:40 집으로 귀가
13:40 점심 식사후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잔, 블로그/메일 확인 및 정리, 약간의 독서
15:40 집으로 돌아와 현빈이와 잠깐 놀았음
16:40 교보문고로 가서 플래너와 가방, 책 등을 살펴봄
18:40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집까지 오는데 거의 45분 소요(걸어서 15분 거리인데... 괜히 차 가져감)
21:30 저녁식사하고 이후 현빈이 책 읽어주고 공놀이 하면서 같이 놀았음
11:00 모터트랜드와 자동차생활 5월호를 읽음
현재  인터넷으로 뉴스 좀 읽고 오늘 하루 어떠했는지 간략히 되돌아 보는 중....

2. 첫째날의 간략한 느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어찌되었던 오늘이 자유인되기 PJT의 첫째 날이다. 물론 또 내일부터 주말이라 그냥 다른때에 비해 평일 하루 더 쉰거 같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을수 있지만 그래도 첫 날이긴 첫 날이다.

아직 편안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거 같다. 아침에 KT플라자에 볼 일을 보러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도 다른 사람들은 다 빠른 걸음으로 걷고 뛰고 바쁜데 나는 좀 느긋하게 가다보니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KT에서 볼 일을 보고 압구정CGV에서 10:20분 회차 아이언맨을 보았는데 이렇게 평일날 일찍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것은 정말 거의 없던 일이었다.

300석이 조금 넘는 좌석에 3-40명 정도 와있었다. 어떤 회사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회사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 5-6명, 대학생 4-5 커플과 동성끼리 온 대학생 10여명,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아이들과 부모 몇 명 등.... 영화는 재미있었고(영화 감상평은 주말에 쓸 예정이다)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관람객이 꽤 있어 살짝 놀랐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12시 30분경이었는데,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이거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밖에서 먹고 바로 어디 스타벅스나 이런데서 책을 볼까, 아니면 집에 들러서 점심도 먹고 현빈이 좀 보고 다시 나올까, 아니면 대충 햄버거로 때우고 서점에 가서 책이나 좀 원없이 봐볼까 등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극장 앞에서 한 5분은 그냥 있었던거 같다.

항상 정해진 일정과 장소에서 팀사람들과 아무 고민없이 점심먹고 그리고 사무실 돌아오고 다시 일하고 딱딱 자동으로 흘러가는 생활에서, 사소한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어(?) 뭘 어찌해야할지 잠깐 혼란스러웠던거 같다. 좀 시간이 지나면 판단도 빨라지고 현재 시점에서 뭘 어떻게 하는게 좋은지 결정도 빨리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자유인되기 PJT 기간 동안 뭘 할지는 생각이 있으나 언제까지 뭘 어떻게 할지는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주말과 다음주 초까지 해서 일정 정리를 하고 세팅을 완료 해야 할 거 같다.

3. 어머님의 당부 그리고 나의 다짐

밤에는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백수(?) 된 첫째 날, 느낌이 어떠냐고... 뭐, 썩 나쁘지는 않다고 이야기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끊었는데 마지막 말이 좀 걸렸다. 이해는 하지만 너무 기간 오래잡지 말고 적당히 좀 쉬다가 다시 일하라고...

아무튼 알뜰살뜰 소중하게 시간들을 잘 보내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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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짐을 챙겨서 나오다 & 社友送歌

[생각하고 느낀것들]
어제가 출근 마지막 날이었다. 짐이 많아 차로 옮겨야해서 어제 짐을 못빼고 오늘 노동절로 쉬는 날이라 사람도 없고 해서 낮에 잠시 사무실에 나가서 짐을 챙겨왔다.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버릴거 버리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다 정리하고 난 뒤 모니터, 전화기, 빈 책꽂이만 덩그라니 남아있는 사무실 책상을 한 컷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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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을 근무한 직장인데 짐 정리하면서 그간의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올리다보니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간 거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즐겁게 생활했지만, 내가 맡았던 일들을 더 열과 성을 다해 잘할 걸 그리고 사람들과 더 잘 지낼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거 같아 아쉬움이 좀 남기는 한다.

사무실에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분이 있었는데, 사내 자유게시판에 익명으로 "社友送歌"라는 글을 남겨주셨다.

社友送歌

인상부터 보니,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가까워질 필요도, 멀리할 필요도 없는 듯,
그냥 '한 팀원'쯤으로만 생각하여 보내다가,
선뜻, 쉽게 말할 수 없던, 이야기를 자연스레 담배 꺼내어 물 듯, 나누던 중에
어느틈에 형제보다도 가까운, 사는 이야기를 하는 친분이 생겼구랴.

이젠 허물어진 '미인'을 회사만큼이나 자주 들락거리며,
함께 세상사는 이야기를 한, 시간이 너무 많았던 탓인지,
잠시 후 부터는 벙어리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라는 멍청한 생각도 살짝.
지난 수개월도 비스무레 하긴 했었으나, 이젠 진짜 '언니'로 살아가야 할 것 같은 생각도 살짝.

어떤 분은..
'두 사람, 절대 친할 수 없어 보이는 스타일인데, 친하단 말이에요?'라며
의아해 하는 뚱한 얼굴이 기억나오만,
오히려, 다른 스타일이라서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회상해보오.
나가면, 호형호제를 할지, 함께 늙어가는 처지라며, 친구먹을지 아직 모르겠지만,
앞서 나간 동료를 ㅡ 거나하게 취기가 돌지 않는 한, ㅡ 'OO야'라고 말이 잘 떨어지지 않는 본인의 심성을 보건데 '그랬어요, 저랬어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댁의 생각은 어떻소.

잠자고, 오고가는 시간을 빼면,
하루의 대부분을 같은 공간, 같은 팀에서 부대끼고 마주하고, 낄낄대는 바람에
아쉬움이 묻어나는 몇 자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을 양해해 주오.
오늘 지나면, 그 자리는 휴가간듯 빌테지만,
남아있는 우리들 마음의 자리까지는 빌 염려는 없으니, 쓸데없는 걱정은 마시구랴.
지나다가, 그리고, 일부러 회사근처랍시고 '술 한 잔 하시지요'라면,
일에 치이고 피곤해도 버선발로 나올테니, 당신은 참 행운아인듯 하오.

함께 일하는 동안 즐거웠소.
앞으로도 그러하길.

최차장님이라고 회사 일뿐 아니라 세상 사는 이야기까지 정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면서 편하게 지냈고 워낙 내게 잘해주셨던 분이라, 나 역시 날마다 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 하다가 당장 내일부터 한 번 얼굴 보려면 맘 먹고 찾아가거나 약속해서 봐야 한다 생각하니 선뜻 적응이 안될거 같기도 하다.

회사 앞에 미인이라고 선술집 비슷해 간단하게 한 잔씩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건물이 철거되며 우리 아지트(?)도 사라졌고, 아이가 생기면서 바빠지신터라 요 근래 2달은 같이 제대로 술 한잔 해보지 못한거 같아 더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차장님뿐 아니라 그동안 나와 함께 일하며 여러가지로 도움 많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08/04/29 - [자유인되기PJT 소개] - 자유인되기 PJT 시작 - 어느날 문득 내게 지름신이 날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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