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다 쓰고 출판을 기다리며...

[하고 싶은 것과 한 것들/한 것들]
5월부터 회사를 쉬고, 거의 날마다 극장이든 DVD든 좋아하는 영화들을 원없이 보며 잠시 쉬다가 출판사에 기획안을 보낸게 6월 16일이었다. IT쪽에서 나름 인지도 있고 좋은 책을 많이 내왔던 터라 한빛미디어에 제일 먼저 출판 제안을 하고 싶었다.

책의 컨셉을 담은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내고 난 뒤, 몇 일 있다가 출판기획자분이 전화를 주었다. 나름 컨셉이 나쁘지는 않다고 출판을 해보자는 이야기였다. 이 곳에서 퇴짜 맞으면 몇군데 더 알아봤어야 할 터인데 처음 한 번으로 출판사와 이야기가 잘되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쉬는 동안 웹기획 외에도 웹솔루션에 대해서도 써볼까 했는데(자심감 만땅...ㅎㅎ) 이거 웬 걸 글쓰기가 잘 되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렇게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2권쯤은 후딱 헤치워 버릴줄 알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욕심을 줄여 웹기획 관련 책만 한 권 잘써보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 중간에 태국 1주일 놀러 갔다 온 것과 지방 부모님집에 2번 다녀온 걸 빼면 원고 완성에 거의 2달 조금 넘게 걸린 거 같다. 글쓰는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책의 컨셉이 잘된 웹기획과 잘못된 웹기획의 극명한 대비이다 보니, 내 논리에 맞는 사례들을 찾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이 자유인되기 PJT 블로그도 정말 열심히 쓰려고 했는데 원고 쓰다보니 정말 시간이 안나서 많이 글을 못썼다는 핑계 아닌 핑계가 생겼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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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쓰면서 참고했던 내 책꽂이의 자료 일부, 어지간한 국내 웹기획 관련 책은 다 섭렵한듯... ^^']



그동안의 생활 패턴을 돌아보면 보통 아침에 일어나 우리 아들 현빈이와 잠깐 놀아주고 9시쯤 집을 나서서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로 출근(?)을 했다.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보거나 메일 확인 등 잠깐 놀다가 10시 30분경부터 작업에 들어가 대략 오후 3-4시까지 글을 쓰고 집에 왔다. 와서는 현빈이와 잠깐 산책을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잠깐 책을 보거나 하면 6-7시가 되고, 와이프가 퇴근하면 같이 저녁을 먹고 뉴스를 좀 보면 어느사이 시간이 10-11시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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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내 원고를 쓰며 함께했던 스타벅스와 12.1인치 리플노트북 - 아쉽게도 이 노트북은 지금 15.4인치의 다른 리플 노트북으로 바뀌었다. 많이 정들었었는데...^^;]



물론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쓸 수는 없었다. 아침에 강남CGV나 압구정CGV 혹은 씨너스에서 조조 영화를 보고 난 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책을 보며 논 적도 많이 있고, 예전 직장 사무실이 강남역에 있다보니 자주 가서 직장동료분들과 커피도 마시고 회식 자리에 참석해서 맥주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뭐, 놀기도 많이 놀았다는 이야기이다.^^;

아무튼 8월말에 원고 초고를 다 완성했고 이후 서문, 요약집, 표지에 들어갈 안내문과 삽화 컨셉 등등 자질구레한 작업들까지 다 마친게 9월 초이다. 다 마치고 나니까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탈고 기념으로 준비한 제주도 여행이 큰 도움이 되었다. 짜증나고 지칠때마다 이거만 다쓰면 원고와 빠이빠이하고 제주도로 놀러간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달래었는데 역시나 원고 다 정리하고 제주도로 떠나니 참 좋았다.(다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갔었으면 별로 즐겁게 놀 지 못했을듯...)

8월에 한빛미디어를 찾아가 정식 계약서를 작성했다. 책이 나오는 건 11월 초이고 선인세와 기타 저작권 관련된 사항에 대한 정리 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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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계약서 - 내가 갑이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암튼 저자를 배려하는 출판사의 이런 자세는 괜찮은 거 같다]


회사에서 일할 때도 그렇지만 무엇이 되었든 일단 그 일을 마치고 나면 참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지난 원고 완성 작업이 누가 시키거나 감시하거나 납기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나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다 이루어지는 일들이라 쉬운 거 같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자기 스스로 모든 걸 하는 게 더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핵심 내용만 누구나 읽어보면 알 수 있도록 아주 쉽게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왕이면 웹과 관련된 일을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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